'따르릉...따르릉...' 벨소리가 울리자 무심결에 전화를 받았다. '안녕하세요, 고객님. 혹시 주식하시죠. … 어쩌고 저쩌고… .' 다른 날 같았으면 짜증이 묻어나는 소리로 내 번호는 어떻게 알았느냐, 내가 이런 전화 때문에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지 아느냐 등등. 한참을 열을 올려가며 씨부리다가 화가 좀 풀리면 통화 종료 버튼을 눌렀을 것이다. 그런데 오늘은 너무 반갑다 이 전화가. 내가 돌았구나, 미친게 틀림없다는 생각이 들면서 얼떨결에 전화를 끊었다. 끊고 나서 잠시 동안 아주아주 조금 든 생각이 대답 몇 번 해 줄껄 그랬나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이제 내 폰에 담긴 전화번호들을 천천히 넘겨 보았다. 친구들, 가족들, 친척들, 동네·학교 선후배들, 일 관계자들 등등. 족히 수백은 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