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나의 이야기] 스팸전화가 반가운 날 ... 어떻게 살아 온 거니?

천년샘 2021. 12. 4. 14:04
SMALL

'따르릉...따르릉...'
벨소리가 울리자 무심결에 전화를 받았다.
'안녕하세요, 고객님. 혹시 주식하시죠. … 어쩌고 저쩌고… .' 다른 날 같았으면 짜증이 묻어나는 소리로 내 번호는 어떻게 알았느냐, 내가 이런 전화 때문에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지 아느냐 등등. 한참을 열을 올려가며 씨부리다가 화가 좀 풀리면 통화 종료 버튼을 눌렀을 것이다.
그런데 오늘은 너무 반갑다 이 전화가. 내가 돌았구나, 미친게 틀림없다는 생각이 들면서 얼떨결에 전화를 끊었다. 끊고 나서 잠시 동안 아주아주 조금 든 생각이 대답 몇 번 해 줄껄 그랬나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이제 내 폰에 담긴 전화번호들을 천천히 넘겨 보았다. 친구들, 가족들, 친척들, 동네·학교 선후배들, 일 관계자들 등등. 족히 수백은 되는 것 같다. 최근 통화 목록을 살펴 보았다. 이런이런 이렇게 놀라운 일이 있을 줄이야. 최근 통화 내역은 일, 스팸이 전부였다. 초·중·고·대학 친구들은 고사하고 가족, 친척들 마저도 보이지 않았다.
사실은 그리 놀랄 일도 아니다. 가만가만 생각을 곱씹으며 전화기를 뒤적거리다 보니 그도 그런 거 같다. 언제부터인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살아오면서 누구를 막론하고 필요에 의해서 전화를 하고 연락을 하고 있었구나라는 걸 새삼 깨닫게 되었다. 그러하니 내가 필요해서 전화를 하는 상황이니 상대방은 얼마나 부담스러웠을까. 아마도 내 전화는 기피 대상 1호였을지도 모른다. 그러고나서 필요치 않으면 또 연락두절이니 얼마나 괘심했을까.
많이 들어는 봤지만 한번도 만들어 본적이 없는 버킷리스트를 만들어야겠다. 그 목록에 '일주일에 한번 이상 안부 전화 받아 보기'를 꼭 넣어야겠다.
살아 갈 날이 얼마나 남았는지는 모르겠으나 잘 살아 온 것 같지는 않다. 남은 날을 소중하게 여기고 주변에 고마운 것들을 잊어버리지 말고 살아 보자. 그리 썩 자신은 없지만 작은 소리로라도 고마움을 알리며 살아가야겠다.

반응형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의 이야기] 인연 ... 시작 그리고 끝  (2) 2021.1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