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 의학] 편집성 인격장애 - Paranoid Personality Disorder, PPD - 저 사람 왜 저래?
편집성 인격장애는 일종의 의심병이라고 표현하면 얼추 맞는다. 흔히 의처증, 의부증, 망상증 등에서 혼란을 일으키지만 편집성 인격장애가 갖는 분명한 특징은 존재한다.
어느 성인이 아내가 너무 자주 빵집에 가는 데 어느 날 '이건 분명히 바람이 나서 그래'라고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일단 아내가 자주 빵집에 가는 건 사실이다. 이 부분에서 망상증과 구분된다. 망상증은 현실에서 벌어진 사실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편집성 인격장애는 현실의 어느 사실 존재로부터 시작 된다. 그 후부터는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상상이 시작된다. 그 상상이 점점 확신이 되며 중요한 점은 자신이 이로 인해 심한 모욕감을 받았으며 자신이 큰 피해를 보고 있다고 믿게 된다. 이제는 아내에 대한 의심만이 아닌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자신을 속이고 있다는 생각이 들며, 언제 자신을 해칠지 모른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러다보니 자신에게 하는 말과 행동을 전부 의심하게 되고 믿을 수 없게 된다. 이런 상황이 오랜 기간 지속되어 왔다면 치료가 필요한 경우가 된 것이다.
인격장애의 진단과 치료는 주로 DSM-5 (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of Mental Disorders Fifth Edition),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메뉴얼(약칭 DSM)을 기반으로 다루어진다. DSM-5는 2013년에 발간된 DSM의 다섯번째 개정판으로 미국정신의학협회(APA)에서 발행한 분류 및 진단 절차이다. 미국에서 DSM은 정신병 진단을 위한 주요 권한을 제공하며 DSM 분류에 의해 정신병 진단과 치료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실질적인 중요성을 갖는다.
편집성 인격장애의 DSM-5 진단기준은 다른 사람들의 동기를 악의적으로 해석하는 것과 같은 광범위한 불신과 의심이 초기 성인기에 시작되어 다양한 상황에서 나타난다고 보고 있으며, 다음 중 4가지 이상의 항목이 보여지면 편집증 인격장애를 고려해 볼 수 있다.
· 충분한 근거 없이 타인들이 자신을 착취, 상해 또는 속인다고 의심한다.
· 친구나 동료의 성실성이나 신용에 대하여 부당하게 의심한다.
· 정보가 자신에게 악의적으로 사용될 것이라는 확인되지 않는 두려움으로 터놓고 얘기하기를 꺼린다.
· 온정적인 말이나 행동을 자신을 폄하 하려거나 위협적 의미가 감추어져 있는 것으로 해석한다.
· 자신이 모욕, 상해, 경멸 받는다 여기며 용서하려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원한을 품는다.
· 제3자에게는 그렇게 보이지 않는 행동이나 상황을 자신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여 즉각적으로 화를 내며 대응하거나 반격한다.
· 정당한 이유 없이 배우자나 성적 파트너의 정절에 대해 반복적으로 의심한다.
편집성 인격장애는 대부분이 어린시절 심각한 굴욕을 경험하고 스스로를 무력하다고 생각하며 성장한 것과 깊은 연관성이 존재한다고 생각되어지고 있다. 이들은 심한 불안 증상을 보이는 데 단순히 불안감만을 갖는 정도라기보다는 이런 불안감에 공포심이 더해진다. 이들이 겪는 불안감은 자기애성 성격장애 환자들에서 나타나는 수치심에 멸절 불안이 섞여 있으며, 흔히 '분리 불안'이라 일컬어지는 공황장애하고는 또 다르다. 편집성 인격장애 환자들은 '나는 항상 옳다'라는 강력한 자기 확신을 지니며 동시에 타인으로부터 공격 당하거나 심한 피해를 보게 되거나 심지어는 살해 될지도 모른다는 공포심을 지니게 된다. 그래서 대화를 시도해도 의사 소통을 할 수 없으며 겉으로만 긍정을 할뿐이지 상대방이 자신을 공격하는 것으로 인식하며, 혼자 원한을 품고 보복을 계획한다. 그렇기 때문에 주변 사람을 신뢰하지 못하고 일반적인 말이나 행동의 지적이나 우스개 소리도 공격으로 받아들인다.
자신의 단점이나 실수, 잘못이 발견되면 처벌 받고 굴욕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공포심에 자신의 부정적인 부분을 왜곡하거나 부인하며 무조건 외부의 탓으로 돌려 본인을 강하게 방어한다. 그런 이유로 모든 부정적인 면 심지어는 자신의 감정까지도 외부로 돌려 제거를 해 버려서, 이제는 거의 완벽한 자기 표상만이 남아 주변 사람들에게 완벽함을 요구하게 된다. 주변의 사람들은 이런 그에게 극도의 피곤함을 느끼게 되며 괴롭힘도 당하게 된다. 주변인들은 그런 그를 피하려하고 그러면 또 다시 의심이 시작되고 악순환의 고리가 만들어지게 된다.
편집증 인격장애 환자들은 타인이 자신을 속이고 해를 끼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과 공포심을 강하게 갖고 있다. 거기에 더해 근거가 빈약하고 심지어 근거가 없더라도 자신의 의심과 자신이 옳다는 생각을 고집스럽게 유지한다. 이들이 나타내는 대표적인 두가지 증상을 살펴보자.
1. 경험에서 나타나는 적대적 해석
편집증 인격장애 환자들은 타인들이 자신을 배신하고 모욕을 주었으며, 무시하고 위협한다고 생각한다. 타인이 자신에 대한 말과 행동에서 이런식의 의미를 찾으려 하고 그걸 뒷받침하는 증거를 찾기 위해 뒷조사를 진행한다. 증거가 나타나지 않아도 자신이 생각한 의심을 확신한다. 누군가 도움을 주려하면 자신이 그 일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하여 자신의 일을 하려하는거라 생각하여 속으로는 모욕을 당한거라고 받아들인다 . 그렇게 모욕을 받았다고 확신이 생기면 복수를 계획하여 실행한다. 가볍게는 그 자리에서 화를 내기도 한다. 타인에 대한 불신, 불안감과 공포심이 이렇게 발현되는 것이다.
2. 인간 관계에 나타나는 증상
이들의 타인에 대한 불신은 자신의 비밀을 남에게 들키지 않으려 하게되고 가까워지는 관계를 경계하게 된다. 자신의 정보가 타인에게 노출되면 자신에게 해를 줄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더욱 그렇게 된다. 성인기 초기부터 그 증상이 시작되는 이유로 인격장애 증상이 심해지기 전에 이들은 친구나 배우자가 있을 수 있다. 이들은 친구간의 우정, 의리 배우자나 동료간의 믿음 등을 의심하며 질투심이 매우 강해 그들을 항상 의심하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질투에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배우자나 동료들의 말과 행동이 진심인지 아닌지 끊임없이 의문을 제기하며 근거없는 의심을 키워나간다. 이런 상황이 서로간에 만들어지게 되니 결코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는 없게 되는 것이다. 누군가 다른 사람이 배우자나 동료에게 조금이라도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면 이들은 자신의 의심에 확신을 갖게 된다.
이렇듯 편집증 인격장애는 타인에 대한 근거 없는 불신과 공포심으로 인해 항상 주변에 대한 강한 경계심을 갖게 된다. 인격장애의 대다수가 그렇듯이 한두가지의 두드러진 특징을 보여주는 것이지 대다수는 여러가지의 복합적 증상이 나타난다. 또한 긴시간 진행이 되어 단시간의 노력으로 치료가 된다고 장담할 수도 없는 것이다. 무언가 문제가 있고 치료를 받아야 되는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 때는 이미 오랜 시간이 경과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정확한 진단은 전문가를 통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여겨진다.